기나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햇살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마음이 먼저 봄을 찾아 나섭니다.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레 검색창에 “서울 근교 봄꽃 명소”를 치게 되죠. 그중에서도 매년 봄마다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사랑받는 곳이 있어요. 바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화담숲입니다.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봄에는 진달래길을 중심으로 숲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죠. 커다란 안내판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 그저 자연 그대로의 봄이 차분히 피어나는 화담숲. 조용히 걷기만 해도 봄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에요.
화담숲은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한 친절한 코스 구성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봄에는 ‘진달래 테마길’이 가장 큰 인기를 끕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 부근에 내린 뒤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진달래와 철쭉이 혼재된 완만한 산책길이 펼쳐지는데, 그 길은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가장 감동적인 장면만을 편집해 놓은 영상처럼 아름다워요. 길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진달래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이곳이 정말 경기도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사람들이 많아도 유독 조용한 분위기라, 꽃을 보며 묵묵히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고개를 들면, 바람결에 살랑이는 진달래 잎이 하늘하늘 춤을 추며 반겨주죠.
진달래길 외에도 화담숲 곳곳에는 봄꽃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아요. 수목원답게 다양한 꽃나무들이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정말 좋은 환경이에요. 특히 어린이나 어르신과 함께 방문할 경우에는 무장애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입장료가 다소 있는 편이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면 그 가치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어요. 자연이 주는 위로와 계절이 주는 설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화담숲의 봄. 올봄에는 북적이는 유명 꽃 축제 대신, 차분하고 감성적인 진달래길 산책으로 진짜 봄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